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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방병원 약선이야기

부산한방병원 약선이야기-스물 세 번째<동지팥죽>

반갑습니다. 약선연구소 영양사 방신애입니다. 오늘은 21일로 1년 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입니다. 이제 24절기도 끝을 향해 가고 추운 소한과 대한만 남겨둔 상황이네요.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갑니다. 

동지날에는 팥죽을 먹게 되는데 잔병을 없애주고 액운을 물리칠 수 있다 하여서 예로부터 먹게 되었습니다. 이번 동지는 음력 11월 23일로 애동지가 아니라서 저희 약선연구소에서도 환자분들을 위해 팥죽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지금 막 한 그릇 따뜻하게 먹고 앉아서 글을 쓰는데 쓰고 있는 지금도 또 한 그릇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었습니다. 올해는 전체적으로 적두의 흉작이 좋지 못하다 하여 국내산 팥을 구하는데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팥은 언젠가 한 번 다루려고 했던 식재인데 동지와 더 잘 어울려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잠시 묵혀둔 소재입니다. 팥의 맛은 시며(신맛), 성질은 평(온화)하고 신장, 소장경으로 들어가 효능을 발휘합니다. 이수제습(소변 등 수기를 다스려 습사를 제거한다), 해독 및 배농을 하고, 각기증(다리의 마비와 시큰거림의 통증이 있으며 무력하고 혹은 경련이 있거나 붓는 증세), 황달, 설사, 옹종(기혈이 사독으로 가로막혀 국부가 붓는 증세), 이하선염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나 급성신장염일 때는 백모근을 우려낸 물에 팥과 맵쌀을 동일양으로 (백모근, 팥, 멥쌀 1:1:1) 넣어 죽으로 만들어 끓여 먹으면 좋다고 동의보감에선 알려져 있습니다. 

암환자 특성상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피할 수가 없는데 그에 따르는 부작용 중 하나가 온몸이 붓는 증세가 있습니다. 이런 환자들에게 팥물을 끓여 상시 복용을 하면 이수제습과 해독의 효능이 있어 추천해 드립니다. 

병원생활에 지쳐서 혹은 기력쇠약, 입맛 없음으로 인하여 한번 씩 환자분들께서 팥죽을 원하실 때가 있습니다. 팥은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끓여야 하기에 팥죽을 하는 날이면 저는 불앞을 떠날 줄을 모릅니다. 오늘도 열심히 새알을 빚어내고, 어제부터 불려둔 팥을 끓이고, 곱게 갈아서 약선연구소 식구들과 함께 맛있는 팥죽을 끓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새알을 직접 빚어서 사용을 하였더니 마치 팥떡을 먹는 것처럼 쫀득하고 맛있었습니다. 동지팥죽의 새알은 자기 나이 숫자 개수만큼 먹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작년 동지에는 팥죽과 불고기반찬을 곁들여 나갔는데 올해는 조기찜과 나물위주로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올 초겨울이 시작될 쯤에는 팥칼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저도 팥칼국수를 대량 만들기는 처음이었는데 이것도 경험인가 봅니다. 칼국수면을 퍼지지 않게 하려고 따로 삶아서 팥물을 부어내다 보니 무거운 팥가루는 밑으로 가라앉아서 마치 따로 노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래토록 뭉근하게 끓여서 인고의 시간을 맛 보는게 팥 요리의 진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이웃분들과 암환자분들께서도 오늘 맛있는 팥죽 한 그릇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이 가기 전 단팥죽이라도 한 그릇 꼭 하시고 겨우내 잔병치레 없으시길 바랍니다.^_^